그런데 저에게는 아직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되는 주제의 강의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초보자를 위한 주식 투자 강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강좌임에도 강의장에는 흔히 말하는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주식 투자자 분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주식 투자는 효과적인 재산 증식 방법이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라는 설명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의 표정에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쓰여 있는 것 같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투자 손실의 경험이 이 분들의 마음과 정신에 뿌리깊게 박혀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분들을 관찰해보면 주식을 기업의 일부가 아니라 도박 증서로 여기는 투자법을 오랫동안 사용했고, 현재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거래량과 차트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적 분석이 그런 것들입니다. 서점의 주식 코너에 들르거나 증권 방송을 켜면 우선적으로 접하게 되는 게 이런 방법들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가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치투자입니다. 이것말고 다른 방법으로 부를 쌓아가는 투자자를 저는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는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가고 있는 가치 투자자가 많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현재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수익(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두자리수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1999년 전자공시 서비스의 시행으로 한국 주식 시장의 개인 투자자가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양도 차익이 부과되지 않는 제도적 기반이 유지되면서 불과 10여년만에 재산을 빠르게 늘려온 가치 투자자가 존재하게 된 겁니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까지 지속된다면 이들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부를 쌓게 될지가 저는 궁금합니다.

주식의 진실, 그렇지만 세간에서의 오해 사이에 이런 커다란 괴리가 벌어진 원인으로는 학교에서의 투자 교육의 부재, 손실을 낼 수 밖에 없는 투자법을 조장하는 환경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가치투자 교육 과정이 없었던 것도 원인입니다.

그렇지만 손실이 나는 투자법을 피하고 나의 부(富)를 쌓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책임은 내 자신에게 있습니다. 비록 환경이 그렇더라도 실제적인 책임은 당사자 본인이 져야 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입니다.

'한국은 가치투자하기에 좋은 나라'라는 워렌 버핏의 평가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가치투자를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벌어져 있을지를 상상해봅니다('초보자를 위한 주식 투자 강의'가 바로 눈 앞에 예정돼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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